서울 가산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중국동포 김모(27)씨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밤 회식을 마치고 시흥동 집에 들어왔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53)가 “귀가 시간이 왜 이리 늦느냐”며 다짜고짜 김씨의 뺨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화가 난 아들은 아버지에게 “부모 노릇도 제대로 못 하면서 참견하지 말라”고 대들었다. 그런데도 씀씀이 등 생활습관을 지적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계속되자 김씨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온 아들은 아버지의 왼쪽 가슴과 팔을 수 차례 찔렀다. 비명소리에 안방에서 뛰쳐나온 어머니 소모(50)씨가 부자의 승강이를 말렸지만 한 번 시작한 칼부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씨도 손가락 부위를 다쳤다. 아버지는 가까스로 안방으로 피신한 뒤 문을 걸어 잠갔다. 이윽고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신고로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 아버지와 대치 중인 김씨를 체포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말다툼을 하다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혐의(존속살해 미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아들 김씨는 “평소에도 아버지가 술을 자주 마시고 들어와 어머니를 폭행하고 잔소리를 하는 등 불만이 컸다”고 진술했다. 김씨 내외는 사건 직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은 중국동포에게도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인데 설을 앞두고 부자 간 갈등이 칼부림으로 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