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으로 대한항공의 총수 일가가 황제식 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도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 동안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서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한항공 이사회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37차례 회의를 열어 152개 안건을 상정했다.

그런데, 이들 안건은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이 한 건도 없이 모두 만장일치로 가결됐으며, 사외이사의 인적 구성에서도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대한항공 계열 대학의 교수와 대한항공과 거래 관계에 있는 법률사무소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가 하면, 15년 가까이 재임하고 있는 사외이사도 있었다.

한국전력 부지를 고액에 낙찰받아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현대자동차의 이사회도 지난 5년간 43차례 회의를 열어 139개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은 역시 한 건도 없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재벌 기업의 위기 대응과 중요 의사 결정이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 적절히 진행되도록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