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3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2라운드 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향후 협상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협상은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현행 협정의 만기를 2년 연장한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협상이다.

협상의 핵심 관심 사안은 ▲ 원자력발전 수출 경쟁력 확보 ▲ 원자력 연료의 안정적 공급(우라늄 농축 문제) ▲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등이다.

이 가운데 원전 수출경쟁력 문제에 대해 한미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상당히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원전 이용국인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인프라 투자가 안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 등 인프라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과 관련된 핵심 설비의 반출 절차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원전 산업과 달리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재처리와 농축을 우리측에 허용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이 공동 연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된 재처리 문제보다 농축에 더 완강한 분위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3일 "파이로프로세싱이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은 여전히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파이로보다 농축에 더 완강히 반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재처리 권한 확보가 정부의 1차적인 협상 목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로프로세싱에서 한미간 신뢰를 확보해야 미국의 저항감이 더 큰 농축 문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핵심적인 문제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생산되는 물질의 계량화 가능성이다.

파이로프로세싱에서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다른 성분과 같이 추출되는데 사전에 추출되는 양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계량화가 안되면 플루토늄 전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측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재처리 허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미국 내에는 당면 현안인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앞세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은 상태다.

북한 및 이란의 핵문제와 맞물려 있는 농축 문제는 더 어려운 협상 과제라는 평가다.

정부는 원전 수출과 경제적 이유, 에너지 주권 차원에서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은 핵무기 재료 생산에 더 용이한 농축을 한국에 허용할 경우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할 경우 현시점을 기준으로 1㎏당 50달러 정도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간의 근본적인 시각차로 그동안 진행된 협상에서도 농축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