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태풍 '볼라벤' 북상 때 쓰러져 뿌리를 드러낸 천연기념물인 충북 괴산의 '왕소나무'가 위태롭다.

23일 괴산군에 따르면 왕소나무가 있는 청천면 삼송2리 지역의 다른 소나무들은 최근 가지 끝에 망울진 눈이 새 가지를 뻗기 위해 잔뜩 부풀어 올랐지만, 왕소나무 가지의 눈은 지난 겨울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괴산군은 왕소나무가 뿌리째 뽑혔을 때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차광막을 설치하고 뿌리 부분을 흙으로 덮은 뒤 영양제와 발근 촉진제를 공급해왔다.

이런 덕분에 왕소나무의 두 개의 굵은 가지 가운데 한쪽은 잎이 바짝 말랐지만 가지 하나는 푸른 빛을 유지하며 회생의 가능성을 보여왔다.

괴산군은 생기가 남아 있는 가지에서 이달 중순이면 새순이 돋을 수 있다며 소생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겨울 혹한에 이어 최근 닥친 꽃샘추위까지 겪으면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괴산군의 한 관계자는 "새순이 돋으려면 가지 끝의 눈이 발달해야 하는데 아직 반응이 없다"며 "새순이 나려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계속된 이상 한파가 왕소나무 회생에 악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괴산지역은 지난 12일 영하 3도, 13일 영하 3.7도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닷새간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소나무가 추위에 강한 수종이기는 하지만 뿌리째 뽑혔던 왕소나무에게는 평년보다 6∼10도 낮았던 이달 초·중순까지 겨울철이 이어진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잇단 '시련'에도 왕소나무의 한 가지가 여전히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뿌리가 수분을 빨아들여 가지에 공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이 소생 가능성을 버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왕소나무 뿌리가 외부로 드러났던 탓에 수세가 약해지며 생육에 지장이 생겨 새 가지가 더디게 돋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가지에 눈이 달렸으니 새순이 나오기는 할 것"이라며 "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달 말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괴산군은 왕소나무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발근 촉진제를 연하게 풀어 뿌리 부분에 뿌려주고 있다.

또 줄기와 잎이 시들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고, 병해충 방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