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전 3시쯤 주한 미군 E(19)일병은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E일병은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에게 제압당한 뒤에도 순찰차에 타지 않으려고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관들은 E일병에게 '지능형 수갑'이 아니라 일반 수갑을 채웠다. '스마트 수갑'이라고도 불리는 지능형 수갑은 블루투스 센서를 장착해 수갑을 풀고 도주하면 경보가 울리고 도주로를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신형 수갑이다.

홍익지구대가 소속된 마포경찰서는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중 최초로 지능형 수갑을 시범 사용하고 있는 경찰서였다. 도주 위험이 있는 E일병에게는 지능형 수갑을 채웠어야 하지만 홍익지구대는 일반 수갑을 사용했다.

지난 2월 초부터 두 달 동안 서울경찰청은 마포경찰서 형사과와 수사과 그리고 관내 홍익지구대와 용강지구대에서 지능형 수갑을 시범 운용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피의자가 수갑을 풀고 도주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비슷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치안 수요가 많은 마포경찰서부터 지능형 수갑을 시범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범 운용 기간 동안 홍익지구대와 마포경찰서 수사과에서는 지능형 수갑이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마포경찰서 전체 지능형 수갑 사용 횟수도 20번 남짓일 뿐이다. 홍익지구대는 서울경찰청이 지난 1월 31일 지능형 수갑 시연회까지 열었던 곳이다. 경찰관들은 절차가 번거롭고 사용법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지능형 수갑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지능형 수갑은 사용 내역을 장부에 꼼꼼하게 기록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번거롭기 때문에 지능형 수갑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감사가 나오면 장부 확인을 받게 되는데, 감사받는 것도 피곤할뿐더러 실수로 잘못 기록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능형 수갑을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경찰관은 "지능형 수갑이 크기가 커서 기존에 사용하던 수갑집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출동할 때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라리 도주 우려가 있는 용의자는 아예 지구대 출입문을 잠가버리는 게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시범 운용 실적을 평가하기도 어려울 만큼 사용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서울경찰청의 시범 운용이 '보여주기식 쇼'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실제로 지능형 수갑이 쓸모 있는 장비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사용 횟수가 저조한 것은 현장에 적용할 때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갑을 풀고 탈주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뭔가 대책을 보여주기 위해 급히 미봉책을 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범 운용 기간 동안 발견한 문제점을 개선한 완제품을 만들어 다음 달 중순경 2차 시범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