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 2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 우리 측이 요구하는 우라늄 저농축과 재처리 권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정부는 이로 인해 양국 간 긴장이 생기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은 40년 만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미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동맹국 간에 잠시 긴장이 생기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협상팀을 강화하기 위해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과장급 외교관 H씨와 통상교섭본부장 비서관을 지낸 R씨 등 엘리트 외교관 2명을 한·미 원자력협상 TF에 배치했다. 정부가 이처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원전 강대국이며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가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협정이 개정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미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와 만나 "한·미 원자력협정이 한국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게 선진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 측의 입장을 반영할 경우,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협정의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새 협정문에 '농축·재처리 권한 포기'를 뜻하는 '골드 스탠더드'를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장기화하면서 한·미 동맹을 자칫 경색시킬 수 있는 사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내년 3월 19일 원자력협정의 시한이 끝날 경우에 대비한 방안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