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4일 제39대 검찰총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채 신임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대검 간부들과 함께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채 신임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은 지금 성난 민심의 바다에서 격랑에 흔들리고 있다. 나는 그 바다에 떠 있는 함선(艦船)의 선장처럼 절박한 심정"이라며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믿음직한 법질서 수호자, 추상같은 사정의 중추, 든든한 인권의 보루로서 내 이웃과 공동체의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신뢰회복의 길"이라며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에서 자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각오 때문"이라고 검찰개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채 신임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재편하되 부패수사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며 "앞으로 특별수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과잉수사나 투망식 수사 등의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권력형 부정부패,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와 자본시장 교란사범 국가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범죄 등 검찰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형사사건에서 신속한 권리구제와 종국적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권보호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며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는 여론에 의한 '인격살인'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인권보호기관인 검찰의 본질적 기능인만큼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이 실무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채 신임 총장은 또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상기, "원칙과 기본을 핵심가치로 삼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충실히 지켜야 한다"며 ▲공정성 확보 ▲청렴한 생활과 깨끗한 처신 ▲소통하려는 자세 ▲겸허한 마음가짐 등 4가지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검찰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공정성'을 꼽은 뒤 "오직 실체적 진실만을 추구하고 특히 정치적 중립성에서 어떤 의구심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바르고 공정하게 일한 검사와 수사관이 우대받도록 하겠다"며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외부의 압력과 유혹을 검찰총장인 내가 방파제가 돼 모두 막아내겠다"고 격려했다. 대안으로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을 높여 검찰 권한 남용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청렴하고 깨끗한 자세와 관련해서는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이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수백년 동안 일궈온 산림을 잿더미로 만드는 산불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직 전체를 치명적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검찰구성원의 작은 실수까지 살필 수 있도록 감찰기구를 확대하겠다"며 "외부 감찰인력도 확충해 감찰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권위는 위계가 아닌 소통에 의해 형성되고 성과는 명령보다는 책임의식에서 나온다"며 "하의상달의 민주적 의견수렴 관행을 청착시키고 부서간·동료간 수평적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소통'을 주문했다.

이어 "건강한 소통이 익숙해진다면 '자율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검찰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며 "나 자신부터 검찰총장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 위기는 오만함과 군림하는 태도에서 왔다는 지적이 많다"며 "국민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마음가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검찰개혁 작업을 하기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에 객관성을 기하겠다"며 "수렴된 의견을 검찰 제도와 업무수행에 철저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신임 총장은 마지막으로 백의종군 후 첫 전투인 명량해전 하루 전날 휘하 장수에게 남겼던 충무공 이순신의 '일부당경 족구천부'(一夫當逕 足懼千夫·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능히 천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를 인용, "항해를 앞둔 지금 1만명 검찰가족이 있기에 더없이 든든하다"며 "비상한 각오와 굳건한 자신감으로 일치단결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채 신임 총장은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진태(61·14기) 전 대검 차장 및 소병철(55·15기) 대구고검장과 함께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받았다.

이후 청와대는 고심 끝에 채 신임 총장을 새 검찰총장 후보로 최종 낙점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칭찬 일색'이었던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채 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채 신임 총장은 현직 중 '특수통의 최고 좌장'으로 불린다. 또 '조직 관리에서는 덕장(德將), 업무에는 맹장(猛將)'으로 불릴 만큼 선후배간 신망이 두텁고 일적으로는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풍부한 수사경험과 탁월한 분석력·상황 판단력으로 굵직한 정·재계 사건을 도맡아 왔다. 대검 중수과장·중수부장을 지내지는 않아 '정통' 특수통은 아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기업과 관련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로 성과를 나타내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한데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 사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공금유용 사건 등을 이끌었다.

굿모닝시태 분양 비리에선 정계 거물인 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했고 삼성 에버랜드 CB 사건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당시 허태학 사장 등을 기소했다. 또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때에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의혹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을 지휘했고, 2010년 대전고검장 시절에는 스폰서 검사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당시 대검 차장으로 있으면서 검찰 간부들과 함께 한상대(54·13기) 전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이끌기도 했다.

채 신임총장은 김각영(70·2기) 전 총장에 이어 연수원 짝기 기수로는 두 번째로 검찰 조직의 수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