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년여 간의 암투병 끝에 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날 전국베 방영된 국영TV연설에서 "힘겹고 비극적인 소식을 받았다"며 "차베스 대통령이 오늘 오후 4시25분께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고위 장관들과 함께 자리한 마두로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동포들에게 평화를 보장해달라 촉구한다"며 "시민들과 군인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음을 참으려 애쓴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계획과 기치는 명예와 위엄으로 기려질 것"이라면서 "사령관이여, 당신이 지켜준 사람들을 대표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디에고 모레로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헌법에 표상된 바와 최고사령관 차베스의 유지를 충족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의 딸 마리아 가브리엘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말을 잃었다"면서 "아버지의 경우를 따라야 한다. 조국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 각국 정상들은 곧바로 애도를 표했다. 반 총장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서 차베스는 조국 발전에 애써왔다"면서 "그를 잃은 가족과 베네수엘라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짧은 서면 성명에서 "베네수엘라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가운데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 법의 지배, 인권 존중 등을 증진하는 정책들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양국관계 개선을 기원했다.

한편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인들을 공포에 살게 한 독재자"라면서 "그의 죽음은 남미의 반미 좌파 지조자들의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베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회의 주재에 앞서 그를 기리기 위한 짧은 침묵 시간을 가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차베스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며 "그는 위대한 남미인"이자 "브라질인들의 친구"라고 칭송했다.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차베스의 죽음에) 연대를 표한다"며 "남미의 마지막 수호자인 차베스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애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현행 법에 따르면 디오스다도 카벨로 국회의장 관리 하에 30일 안에 재선을 치러야 한다.

재선이 열린다면 마두로 부통령과 카프릴레스 야권 대표가 맞붙을 공산이 크다. 카프릴레스는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에게 패했다. 올초 여론조사업체 '힌터라세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경우 마두로 부통령의 지지율은 카프릴레스 대표를 큰 차이로 앞선다. 차베스 대통령은 생전 자신이 임기를 이어갈 수 없을 경우 마두로 부통령을 지지해달라 촉구한 바 있다.

차베스의 죽음으로 강경좌파 지식인들부터 군 관계자, 기업인까지 포괄하는 좌파 연합에 내부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 마두로 부통령은 일단 이들의 지지를 결속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 석유매장국인데다 채권거래도 활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정치 불안정에 매우 민감하다. 재선에서 마두로 부통령이 패배할 경우 베네수엘라에는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차베스로부터 석유에 기반한 자금 지원을 받은 남미국들과의 동맹관계가 뒤집힐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