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의 4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잠실 실내체육관에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앵클 브레이커’ 전태풍과 ‘천재가드’ 김승현의 ‘빅뱅’이 일어난 것. 오랜만에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가드 전쟁에 관중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한 응원으로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전태풍과 김승현의 올 시즌 대결은 처음이다. 김승현이 목 디스크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대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 두 선수의 맞대결은 지난 2012년 2월 25일 이후 329일 만이다.

선발 출전한 전태풍과 달리 100% 몸 상태가 아닌 김승현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맞이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두 선수의 대결을 애타게 기다렸다. 1쿼터 종료 3분 32초를 남기고 드디어 전태풍과 김승현은 같은 코트를 밟았다. 관중들의 기대와 달리 전태풍과 김승현의 직접적인 대결은 많지 않았다. 같은 포지션이지만, 서로 수비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전태풍과 김승현의 컨디션도 완전치 않아 보였다. 전태풍은 삼성의 강한 수비로 인해 평소와 달리 공격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또, 거친 수비로 인해 코트에 넘어져 팔꿈치를 다치는 등 수비에 고전했다. 김승현은 복귀 후 세 번째 경기에 불과해 여전히 경기 감각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나란히 부진하던 전태풍과 김승현은 3쿼터 중반부터 조금씩 불꽃 튀었다. 먼저 김승현이 두 개의 3점슛을 연이어 성공, 삼성의 43-42 리드를 이끌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 득점으로 김승현은 KBL 역대 25호 정규시즌 통산 4800득점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전태풍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리언 타운스(15득점 11리바운드 2블록)를 앞에 두고 훅슛에 가까운 레이업을 성공,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로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팽팽하던 경기는 3쿼터부터 리온 윌리엄스(23득점 20리바운드 4스틸 3블록), 최진수(17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전태풍 트리오를 앞세운 오리온스의 우세로 기울었다. 윌리엄스는 골밑장악, 최진수는 외곽포, 전태풍은 패스로 삼성의 수비에 폭격을 가했다. 오리온스는 4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59-49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후 리드를 지키며 삼성을 63-50으로 제압했다.

“오늘 팀 동료들이 활약해서 승리할 수 있었어요”라고 승리 소감을 밝힌 전태풍은 “(김)승현, 오늘 경기 잘했어요. 3점슛 넣고, 패스도 좋았어요”라며 김승현의 활약을 평가했다. 이어 “다음에는 더욱 잘할 거에요. 승현과의 다음 대결이 기대돼요”라고 말한 뒤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경기에서 전태풍은 4득점 2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 김승현은 6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태풍의 평소 활약, 김승현의 전성기 실력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다.

하지만 급할 필요는 없다. 아직 전태풍과 김승현이 올 시즌 맞대결할 기회는 남아있다. 전태풍과 김승현은 2월 2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다시 한 번 대결한다. 한 달 뒤에 열리는 만큼 이날 경기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