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5일 한 케이블TV 증권 방송에 출연한 증권 자문 업자 전모(33)씨는 안랩을 유망한 투자 종목으로 추천했다. 증시가 열리기 직전의 아침 방송으로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프로그램이었다. 전씨는 또 인터넷 증권 방송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안랩을 사라"고 했다. 이 회원들은 매달 80만~100만원씩 회비를 내는 사람들로 전씨의 '매수 추천'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씨에겐 다른 계산이 있었다. 원래 방송에 출연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자기들이 추천하는 종목을 미리 사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는 방송을 하기 전날(10월 4일) 안랩 주식 7만6000여주를 30여억원에 대량 매수했다.

방송을 하자 주가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방송 당일 안랩의 주가는 3만7600원으로 마감돼 전날과 비슷했지만, 계속 '개미'들의 매수세가 따라붙으면서 10월 6일엔 4만50원을 기록했다. 그 뒤 두 번 상한가 등으로 주가는 급상승해 10월 17일에는 7만1700원에 마감됐다. 영업일 기준으로 단 열흘 만에 주가가 갑절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전씨는 그사이 사두었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수익 23억여원을 챙겼다. 그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이런 방법으로 안랩 말고도 바른손 등 4개 종목을 통해 챙긴 돈은 모두 36억여원. 호재(好材)성 이벤트가 한 가지만 있어도 주가가 급등하는 중소형 종목들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악용해 사기성 부정거래를 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이른바 '증권 방송 전문가'들의 선행 매매 의혹이 이번에 처음으로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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