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 화장품 판매점. 안에서는 난방기가 돌아가고 출입문이 열린 채 손님이 드나들었다. 단속 대상인 '개문난방(開門煖房)' 업소. 문 앞에 다가가니 온풍기 더운 바람이 느껴졌다. 단속을 나온 중구청 직원이 "오늘부터 문 열고 난방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자 종업원은 되레 "자동문이라 손님이 왔다갔다하면 열리는 걸 어떡해요? 영업 방해로 신고할 테니 당장 나가세요"라며 호통을 쳤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동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에 따라 ▲출입문을 열어둔 채 난방기를 가동하거나 ▲실내 온도를 섭씨 20도 넘게 유지하는 전기 다소비(계약전력 100~3000kW)와 에너지 다소비 건물(연간 사용량 2000TOE 이상)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오후 5~7시 네온사인을 사용하는 업소 등에 대해 단속 활동이 이뤄졌다. 전력난을 예방하기 위해 나온 조치. 이를 어기면 일단 경고장을 발부하고 다시 위반하면 1회 50만원→2회 100만원→3회 200만원→4회 이상 300만원 과태료가 매겨진다. 7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다.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이나 동구 충장로 일대 상점들은 비닐로 된 투명 천막을 입구에 달아 마치 문이 열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게가 많았다. 이들은 "문이 닫혀 있으면 손님이 안 온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비닐 천막으로 입구를 막은 것을 문을 열어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단속원들 준비도 미흡했다. 명동 한 대형 신발매장은 실내온도가 22도로 나왔지만 단속 대상 전기(에너지) 다소비 건물인지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한 단속원은 "오늘은 첫날이라 계도·홍보가 목적"이라고 우물거리다 뒤늦게 해당 매장이 단속 대상에 속한다는 게 확인되자 그제야 경고장을 발부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지하상가 상점 대부분은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했다. 지하상가는 단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