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과 정부를 채찍질하고 나섰다. 전 국민 일상회복 지원금 추진을 강조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안한 5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을 당 대 당 협상테이블에 올리자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돈 뿌리기를 그만하라'며 이 후보와 각을 세우며 반발했다.

이 후보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 지역화폐·골목상권 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찾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3배가 넘는 지원을 현금으로 특정을 골라 지원한 결과 경제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들이 현금을 주지 말고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해 매출을 올려달라고 한 이유가 국민을 위해 하는 말씀이 아니고 그게 실제로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현금 300만원을 받아본들 밀린 월세 내면 그만이지만 300만원의 소비쿠폰을 주면 소비를 하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하면 통닭집에 치킨 하나 시키면, 치킨을 팔기 위해 닭을 사야 하고, 닭을 팔려면 사료를 사서 키워야 한다"며 "(전 국민 지원금이) 경제순환 효과가 있는 게 분명한데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왜 그것을 모르는 것인가 의문을 많이 가진다"고 정부를 직격했다.

이 후보는 "정치라는 게 결국 이해관계 조정인데 지역화폐를 지급해 소비가 소상공인에게 흘러가면 대형 유통업체, 카드사가 피해 보는 점이 고려된 게 아닌가 누군가 의심하던데, 그 의심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상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이 자꾸 우려되니 나오는 얘기"라고 거듭 기재부를 비판했다.

또 이 후보는 지역화폐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의 홍 부총리께서 현장의 어려움을 와서 한 번 보시든지, 과거 행정고시를 볼 때 경제학책 보던 거 말고 지금 현재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에서 체감하면 지역화폐 정책에 대해 이와 같은 만행에 가까운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줬다"며 "그런데 지금 그 높은 기대만큼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느끼기엔 기민함이 부족하지 않냐"라며 "현장의 어려운 문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고, 크지 않더라도 작은 결과라도 만들어주길 (국민이) 바라고 계시다"고 했다.

당과 정부를 질책한 이 후보는 25조원 규모의 전 국민 지원금과 윤 후보가 제안한 5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을 양당 지도부가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는 '국민통합의 나라를 만들자, 취임 후 100일 안에 50조원을 투자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내년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양당 지도부가 나서 당 대 당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25조원과 50조원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국민통합 재난지원금' 논의를 당에 요청했다"며 "서로가 가진 해법을 나누고 토론과 협상으로 발전시키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증·감액 심사를 앞두고 이 후보가 다시 한번 전 국민 지원금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을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칭하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부는 재정을 통한 무분별한 돈 뿌리기를 지속해 왔다.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라며 "무리한 재정 지출과 이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라 국민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상승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서민에게 중요한 식료품이나 생활물가 상승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가격이 오른 후에서야 황급히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성적이고 계획성 있는 정상적인 재정 집행을 통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과 관련해 "며칠 전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물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조치들을 지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일자리 부족에 이어 물가마저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이때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합류해달라는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합류 요청에 대해 "그럴 계기가 되면 뭐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소관 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지원금 재원으로 10조30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부대의견을 달아 예결위로 공을 넘겼다.

민주당은 부대의견에 전 국민 1인당 20만원을 기준으로 10조3000억원(국비 8조1000억원, 지방비 2조20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 국민 지원보다 헌법에 보장된 손실보상 차원에서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손실보상을 실시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