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본 금융권 임원’이라고 하는 등 집안과 재력, 나이까지 속여 결혼 사기로 9억원을 뜯어내고도 되레 피해자를 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앞서 사기죄로 5차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 11-1부(이현우·황의동·황승태 부장판사)는 무고와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4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1심에서 무고 혐의 공소사실을 부인했으나 항소하며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며 “항소심에서 허위 사실로 고소했음을 자백해 형의 감경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총 5억원을 갚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2011년 5월 뉴질랜드의 한 유흥업소에서 B씨를 만나 재력과 가족관계, 이름, 나이 등을 속인 채 교제했다. A씨는 당시 남지 친구와 동거하고 있었는데, B씨를 상대로 유력 인사의 딸인 척 행세하면서 결혼을 빌미로 3년에 걸쳐 9억원을 뜯어냈다. 나이는 8살을 낮췄고, 가족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정계·법조계·금융계의 유력인사로 꾸몄다. 또 가짜 어머니를 소개하고 약혼식을 열었으며, 실제 거주하지도 않는 호화로운 집에 B씨를 초대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버지가 일본 금융권에서 임원으로 근무했고, 어머니는 서울과 도쿄에서 웨딩숍을 운영한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연인이던 부동산 중개업자 C씨를 ‘사업가’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역시 거짓말을 앞세워 돈을 뜯어냈다. A씨는 2012년 3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 돈을 몰래 사용했다 들켜서 갚아야 한다”며 “올해 안에 갚겠다”고 약속하고 4100여만원을 송금받았다. 이렇게 3년간 투자금, 결혼자금 등을 명목으로 모두 11차례에 걸쳐 9억여원을 가로챘다. 결혼 후 자신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처럼 속여 예단비로 5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뜯어낸 돈은 개인적인 용도로 탕진했고, 이후에는 B씨를 만나지도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1년 후 B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A씨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무고했으니 처벌해달라”며 허위로 맞고소까지 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예단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B씨가 C씨로부터 투자금을 못 받게 되자, 나를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A씨는 1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일부 피해액을 갚기는 했으나 결국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그에게 결혼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결혼을 약속한 B씨를 속이고 3년에 걸쳐 합계 9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며 “B씨가 큰 충격을 받았고, B씨의 가족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의를 저버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동종 전력도 5차례 있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등 수사기관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적극 교란하려 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교제 당시 A씨가 투자 수익금 명목으로 B씨에게 돈을 보낸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이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