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1주일간 방치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어머니 A(44·여)씨에게 징역 25년형이 내려졌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거남이 딸만 아끼고 사랑하면서 피고인 자신의 경제적 지원 요구 등은 들어주지 않자 동거남이 가장 아낀 딸의 생명을 빼앗았다"며 "피해자를 동거남에 대한 원망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당일 동거남에게 온종일 심부름을 시켜 집에 찾아오지 못하게 했고 범행 이틀 후에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동거남을 만나기도 했다"며 "범행 전후의 정황이 좋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동거남도 목숨을 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A씨는 올해 1월 8일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딸 B(8)양의 코와 입을 수건으로 막아 살해했다. 이후 1주일간 딸의 시신을 집 안에 방치했던 A씨는 같은 달 15일 "아이가 죽었다"며 스스로 119에 신고한 뒤, 집에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퇴원과 동시에 긴급체포돼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동거남 C(46)씨와 함께 지내며 B양을 낳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과 기초자치단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당시 경찰에 "법적 문제로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으며 올해 3월 학교에 입학시키려 했다"며 "그러나 생활고를 겪게 되면서 처지를 비관했다"고 진술했다. 사실혼 관계인 동거남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이 살해된 사실에 죄책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