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 연합이 2일(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하루 수십만명의 확진자와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놓고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한 심판에 나선 것이다.

이날 BJP 연합은 웨스트벵골과 케랄라, 아쌈 등 5개 주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서 패했다. 특히 접전지이자 모디 총리가 선거 전까지 공을 들였던 웨스트벵골주에서 지역정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에 완패한 것이 BJP 연합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웨스트뱅골주는 2024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의 최대 정적 중 하나로 꼽히는 마마타 바네르지 주총리가 이끌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웨스트벵골에서 BJP 연합은 최대 160석까지 바라봤던 예상을 깨고 75석을 얻는 데 그쳤고, TMC는 216석을 가져갔다.

뉴욕타임스(NYT)는 “BJP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 웨스트벵골에서 상당한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주의 권력을 잡고 있던 TMC가 무난히 승리를 했고, 바네르지 주총리는 모디에 대항한 투사로서 자신의 명성을 더욱 발전 시켰다”고 전했다.

패배의 책임은 최근의 코로나19 위기를 막지 못한 모디 정부를 향하고 있다. 실제 모디 총리는 지난 1월 코로나19의 기세가 잠시 누그러지자 섣불리 ‘전염병과의 전쟁 승리’를 선언, 최근까지도 주요 정치적 거점을 누비며 선거유세를 펼쳤다. 유세장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모디 총리 역시 시종일관 ‘노(no) 마스크’를 고집했다.

비평가들은 공공보건 위기를 무시한 채 정치적 입지에만 혈안된 모디 총리의 욕심이 오늘날 코로나19 위기의 불을 지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브조트 싱 다히야 인도의사협회 부총재는“보건 공무원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지만 매일 밤 모디 총리는 TV에서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모디 정부는 이런 큰 비극 속에서 사람들을 계속 잘못 이끌었고 이제 국민은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집권 이후 굳건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구축, ‘역대 가장 강력한 총리’라는 명성까지 얻었던 모디 총리 위상은 국가적 재앙 상황의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지난 2014년 이후 철옹성을 유지해 온 모디 총리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번 패배의 여파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지 칼럼니스트인 스와치 차투르베디는 “이제 정치적 추는 BJP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코로나19 재유행 물결과, 이로 인한 산소 부족 문제 등의 문제를 현재의 정부에게 맡긴다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이날 인도의 신규 확진자는 37만59명, 신규 사망자는 342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