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서 받은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해 단가인하 등에 활용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1일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6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선박용 조명기구, 엔진부품 납품 과정 등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선주 P사로부터 특정 신규 업체를 선박용 조명기구 납품업체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국내 유일의 선박용 조명기구 회사 자료를 넘겼다. 선박용 조명기구는 선박엔진의 진동과 외부 충격, 해수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다. 제작 시엔 일반 가정용 조명기구와 달리 폭발 방지 구조와 높은 조도, 우수한 전기적 안정성 등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은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한 A사 제작도면을 2017년 4월부터 1년 간 P사가 지정한 B사에 전달해 선박용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후 B사가 기술력 확보함에 따라 선박용 조명기구 시장은 경쟁관계 형성으로 단가도 7% 내려갔다. 애초 현대중공업도 내부문건을 통해 경쟁관계 형성으로 단가를 최대 5%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선주 요청에 따라 특정업체를 하도급 업체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선주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선박용 엔진부품 납품 과정에서도 가격 경쟁 유도를 위해 하도급 업체 도면을 다른 업체들에 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5개 선박용 엔진부품 입찰과정에서 기존 하도급 업체 도면을 제3의 업체에 제공했다. 실제 입찰 결과 기존 하도급 업체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제품 일부를 낙찰받았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은 2015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80개 하도급 업체에 총 293개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며 법적 효력이 있는 증빙서류를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선주 제출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해 전달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서면발부 시스템과 입찰 시스템을 개선했다.

공정위는 “선주 제공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도면 등을 제공받아온 그간의 업계 관행은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 보호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