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은 독일 정상급 악단답게 견실했다. 단원들의 개인기 면에서는 베를린필에 뒤질지 몰라도 앙상블의 유기성과 자연스러움에서는 오히려 앞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소통과 공감, 융화를 지향하는 그들의 파트너십은 얼핏 과거 라파엘 쿠벨리크가 이끌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21세기 오케스트라의 이상형을 제시하는 듯했다.

20일 공연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3번은 ‘영웅 아닌 영웅’이었다. 호른과 트럼펫이 부각되지 않는 1악장은 이례적이었다. 그 대신 모든 파트가 고루 생동하며 어우러지는 유연하고 늠름한 일체감이 전편을 관류했다. 그러면서 모든 디테일이 살아 있고 구조도 명쾌하게 조형되니 놀라웠�. 사실 그런 흐름은 앞서 연주된 교향곡 2번에서 예견됐다. 이 곡에서 얀손스는 기분 좋은 균형미를 부여했고, 선명한 입체감 속에서 풍부한 자연미와 인간미까지 담아 냈다.

그리고 4악장에서 그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프로메테우스가 꿈꾸던 이상향에 도달했다. 특정한 영웅이 이끌어 열어 보인 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힘과 마음을 모아 이루어 낸 아름다운 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