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관계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의 의견을 들어 내곡동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재원 법제처장, 이달곤 정무·최금락 홍보수석, 장사다로 총무기획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하 실장으로부터 회의에서 '내곡동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재가했으며,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은 내곡동 특검팀의 수사연장 요구 거부 배경과 관련, "청와대는 특검이 이미 특검법이 정한 수사범위 내에서 법적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면서 "특검이 지난 9일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유로 든 청와대 압수수색이 12일에 이뤄지는 등 특검이 제시한 사유들이 청와대의 적극적 협조로 대체로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특검은 특검법이 도입될 때부터 특정 정당에 의해 특검이 추천되고,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수사가 이뤄져 '정치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반대로 압수수색 불발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12일 청와대 경호처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을 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반대하면서 경호처를 직접 압수수색하지는 못했다.

특검팀은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측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형식으로 압수영장을 집행했지만, 원하는 자료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에 미리 필요한 자료를 지정해 주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만나 이를 제출받기로 사전 협의했다. 청와대를 직접 압수수색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큰 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작년 5월 현금 6억원을 빌릴 때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의 원본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에는 차용증 원본이 없었다고 특검팀은 말했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청와대로 가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경호처 관계자가 거부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형사소송법은 청와대처럼 군사기밀을 다루는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법규정을 들어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경호처에서 제출한 일부 서류만 받아 들고 2시간 만에 다시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돌아왔다.

-새누리측: 수사 길어지면 정치 수사 될 것이다. 안,문 측:청와대 판단은 국민들의 분노를 살 것이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12일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특검팀이 그동안 대통령 아들 소환, 관련자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등을 한 만큼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의 고위 관계자도 "특검 연장을 받아줄 경우 수사를 위한 수사가 아닌 정치를 위한 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의 고위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청와대의 거부가) 불편하다"며 "수사를 연장해도 보름이면 끝나는데 야당이 공격할 빌미를 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해서 거부했다고 하지만 수사를 받는 대상이 수사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민적 분노만 살 뿐"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이 합작해 사건의 진상 규명을 막고 있으며, 이 모든 일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