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1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문·안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 방식 협의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이르면 12일 양측에서 각 3명이 나서는 협상팀을 구성해 본격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는 또 2명씩으로 구성된 경제·복지 정책팀과 통일·외교·안보 정책팀도 가동키로 했다. 안 후보는 이날 25개 정책 과제와 850여개 실천 과제가 포함된 대선 정책 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을 법정 선거비용(약 560억원)의 절반 이내에서 치르기로 약속하고 다른 후보들에게 동참을 제의한다"고 했다. 문 후보도 이날 5대 핵심 과제와 24개 부문별 실천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2017년까지 전 산업의 비정규직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문·안 후보 측은 12일부터 진행될 단일화 방식 협상에서 여론조사를 기본으로 하되 국민 참여도를 높이는 보완 대책을 더하는 제3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몇 천 명을 표본조사해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만으로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3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제3 방식을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작년 10월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결정 때처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배심원들이 후보 간 TV 토론을 본 뒤 후보를 평가하도록 하는 '배심원단 평가제'를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 콘서트' 행사를 통해 후보 경쟁력과 적합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만, "슈퍼스타K식의 인기 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반론이 적잖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대규모 '체육관·모바일 경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2~3일간 수만~수십만명 정도 국민 선거인단을 단기간에 모아 '미니 모바일·인터넷 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 실시에는 열흘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해 15일 이전에 룰 합의가 안 되면 후보 등록 기간(25~26일) 이전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가 여론조사와 배심원·전문가 평가 등을 기초로 담판을 통해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한 후보가 양보하면 모를까 담판으로 결정하는 게 쉽겠느냐"고 했다. 안 후보 측 핵심 인사는 "여론조사 준비·실시에만 4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5일 이전에 후보를 결정하려면 20일까진 룰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며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여론조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