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가곡중, 고등학교의 임재인(60) 교장은 먼저 23인승의 통학버스로 탕곡리 방향에 다녀온 뒤,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을 모두 태우고 풍곡리 쪽으로 이동했다.

가곡중·고는 인구 760여명의 농산촌 마을에 위치한 도내 최남단의 소규모 학교로 현재 3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임 교장이 직접 운전을 하며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 과정에는 남다른 생각과 노력이 있다. 올 3월 가곡중·고에 부임한 임 교장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장거리 등하교 때문에 겪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충을 덜어 줄 방법을 모색했다.

도교육청 통학차량 공동활용 계획에 따라 인근 중·고의 초등학교 통학버스 이용을 위한 차량운영 경비와 인건비 계획이 수립돼 있지만, 가곡면 지역은 초등학교 통폐합이 늦어지면서 통학버스 공동 운영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피곤한 몸으로 자녀의 귀가를 위해 야간운전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학교 운영비의 최소부담으로 통학버스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임 교장은 마침내 자신이 운전대를 잡기로 결심했다.

윤고은(고1)양은 “처음 통학버스를 타는 날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었어요. 많은 사람이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셨으면 좋겠어요”라며 더 열심히 학업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김명희 가곡중·고 학교 운영위원장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야간 차량운행의 부담을 덜었고 학교를 신뢰하고 학교교육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아이들이 하루에 한번 봉사의 참뜻을 생각해 보고, 또 짧은 시간이지만 학부모들과 농산촌 교육환경의 어려움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며 “차에서 내려 저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들 모습이, 또 정성껏 준비한 군밤과 고구마를 주는 학부모님의 모습에서 봉사의 참 맛을 느끼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농산촌 소규모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임 교장의 작은 봉사가 나눔과 배려의 인성교육 모델이 되고, 지역갈등 해소와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커다란 나비효과로 교육현장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