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양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정의기억연대 등 700여개 단체로 꾸려진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촛불문화제는 약 한 주 간격으로 열리고 있으며 이번이 여섯번째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김강연 씨는 "지소미아는 한미 군사동맹을 구축해 북한·중국·러시아와 대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졸속으로 체결한 협정"이라며 "동북아와 한반도 냉전체제, 남북 대결 분단을 고착시킨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애초에 체결돼선 안 되는 협정이었고, 체결됐더라도 즉각 폐기됐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종료를 선언한 것을 환영하며, 재연장 되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 전쟁 속에서 줄 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한미일 동맹 속에서 한국은 중국과 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번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이 한미일 군사동맹과 미·중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실을 아베가 제공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드디어 지소미아가 파기됐다. 이 모두가 광장에서 정성을 모은 10만 촛불 시민들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아베 정권이 거듭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욕보이는 이유는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의 평화 시민들과 연대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정권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논란이 됐던 '홍대 일본인 여성 폭행'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애꿎은 일본 시민에게 화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공동대표는 "일본 시민들에게 부당하게 해코지를 하려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말리고, 일본 시민들을 보호하자"고 당부했다.

주최 측은 이날 문화제에 5천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종이컵에 끼운 촛불과 함께 'NO 아베'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손잡고 가족 단위로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도 보였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광화문 광장에서 "일본에도 한일우호를 기원하는 많은 시민이 있다"는 팻말을 두고 행인들과 프리 허그를 하기도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촛불이 이긴다", "끝까지 간다", "아베는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일본대사관과 조선일보 사옥, 시청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