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친야 장외(場外) 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 조언자, 중재자 수준을 넘어 대선 후보들을 압박하고 심판 역할을 하려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9일 연 출판기념회에는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가 참석했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 대선 후보들이 개인 행사에 참석, 축사까지 한 것이다. 이 자리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정치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문 후보는 "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강 전 장관을 소개했다"며 "강 장관이 법무부장관 한 시기가 검찰은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적 중립이 제대로 보장되던 시기였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강 전 장관이 책에서 강조한 '수평적 네트워크'는 저의 네트워크 포럼인 '내일'에서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문·안 후보의 행사 참석은 단일화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 "단일화라는 말보다는 연합 정치나 가치 연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이 안 후보의 입장을 대변해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는 첫 장외 인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안 후보와 토론 모임을 해왔고, 안 후보 측 박선숙 선대본부장과 조광희 비서실장 등은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본부장과 대변인을 지냈다.

장외에서 단일화 논의를 주도하는 쪽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친야 원로 모임인 '원탁회의'다. 이들은 연일 두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날 "진전이 없으면 제3자가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장외 세력이 잇따라 정치의 중심부로 들어오면서 '장외'가 '장내'를 움직이는 기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친야 시민단체들이 만든 '혁신과통합'이 민주당을 장악했고, 안 후보가 출마한 이후엔 문인과 예술계·학계 인사들까지 '정치 훈수'를 두고 있다.

단일화를 압박하는 장외 세력에 대해선 두 후보 측 평가가 갈린다. 문 후보 측은 "원탁회의 등의 목소리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에게 편향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골목상권 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참석한 3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함께 참석했다.

세 후보는 1시간여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처음 악수할 때 "안녕하세요" "앉으시지요" 같은 말을 주고받았을 뿐,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3일 '과학기술 나눔 마라톤축제' 이후 두 번째다.

오후 2시 57분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문 후보는 5분 후에 입장한 안 후보와 13분간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앞쪽 무대를 응시하고, 안 후보는 행사 팸플릿을 뒤적이며 어색한 침묵만 이어갔다. 10분여가 흘렀을 때 문 후보가 안 후보 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소음이 커지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오후 3시 15분쯤 박 후보가 도착했고, 세 사람은 악수했다. 이어 행사 사회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함께 만세하는 자세를 잡아달라"고 했지만, 박 후보는 옆에 있던 문 후보와 손을 맞잡지 않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