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주폭과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른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번엔 조폭과 전쟁을 선언했다. 서민을 위한 치안 복지의 2단계 정조준점을 동네 조폭부터 기업형 조폭까지 날로 진화해가는 조폭, 그중에서 소규모로 형성돼 불법 사채업 등에 뛰어들고 있는 신흥 조폭들에게 맞춰 집중 척결하겠다는 취지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지난 173일 동안 주폭 508명을 잡으면서 서울시는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가 줄었고, 각 동네의 공원 등도 안전해졌다"면서 "이제는 '조직폭력배 척결'을 통해 치안 복지 2기를 출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구대 경찰들은 물론 기존 주폭 전담팀 인력을 조폭 전담팀으로 상당 부분 운용하는 등 서울청 경찰력 2만5000명을 총동원해서라도 조폭 제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청은 지난 18일 '조직폭력배 척결 종합 수사 대책'을 수립하고 산하 31개 경찰서별로 경찰서장을 단장으로 한 '조폭척결 추진단'을 구성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청이 내부적으로 파악한 폭력 조직은 총 22개, 484명이다. 하지만 서울청이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기존 폭력조직을 추종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신흥 조폭들이다. 신흥 조폭들은 3~5명의 소규모로 시작해, 기존 조폭의 자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사채업 등을 하면서 기업형으로 돈을 벌고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서민들이 쉽게 사채를 접한 후 높은 이자 등으로 고생하는 것이 바로 '신흥 조폭'이 만든 사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흥 조폭'이 기존 조폭보다 무서운 이유는 겉으로는 합법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피해를 보아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신흥 조폭들이 학교 폭력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 조폭은 돈을 벌수록 조직을 키우게 되는데, 그때 새로운 영입 대상으로 물색하는 것이 학교 내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진들이란 얘기다.

서울청의 종합 수사 계획에 따라 일선 서에서는 벌써 '조폭' 검거에 돌입했다. 최근 서울 방배경찰서는 천호동 텍사스촌을 일대로 활동하는 '성남종합시장파'를, 서울 동작경찰서는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서울부안식구파'를 수사 중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대도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흥 조폭'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9일 서울 강동구 일대의 성매매 집창촌, 일명 '천호동 텍사스촌' 일대 성매매 업소를 운영·알선하고 업주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빼앗은 조폭 '성남종합시장파'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성남종합시장파 조직원 이모씨 등 12명은 2009년 3월부터 천호동 텍사스촌에서 성매매 업소 4개를 운영하고, 유흥주점 여종업원들에게 높은 이자의 사채를 알선한 뒤 갚지 못할 경우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도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활동하던 신흥 조폭 '서울부안식구파' 두목 유모씨 등 조직원 10명을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의 유흥주점을 대상으로 상습 갈취를 일삼은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