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9단이 신설 여류기전의 초대 여왕에 올랐다. 조혜연은 15일 저녁 9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2 원익배 여류십단전 결승 단판승부에서 김혜민 6단(26)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원익배 십단전을 후원하고 있는 원익그룹이 국내 여자바둑계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9월 전격 창설했다.

랭킹시드를 받아 예선전을 치르지 않고 본선 8강부터 출전한 조혜연은 고주연과 김윤영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한 데 이어 김혜민을 163수 만에 불계로 물리쳤다. 김혜민은 예선부터 문도원ㆍ김효정ㆍ오정아ㆍ이영주ㆍ박지은을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 임했다.

조혜연의 여류대회 우승은 2005년 여류국수전 이후 7년 만이며 통산 4번째(여류국수 2회, 여류명인 1회, 여류십단 1회)이다. 조훈현ㆍ이창호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11세 11개월 만에 입단한 천재형 기사로 주목받은 것치고는 횟수가 적다. 

'황소 삼총사(최철한ㆍ원성진ㆍ박영훈)'와 동갑이기도 한 조혜연은 1997년 입단 이후 철저히 루이나이웨이의 그늘에 가려져 왔다. 타이틀전 2승13패(그중 1패는 세계대회)의 수모가 말해 준다. 조혜연의 준우승 13회는 전부 루이에게 결승에서 당한 것으로, 루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였다.

게다가 학업(고려대 영문학과 졸업)과 병행하는 통에 실력만큼 실적을 내지 못해 왔다(루이에겐 통산 18승35패, 반면 박지은에겐 14승7패). 현재 국내 여자기사 중 최다 우승자는 7회 우승한 박지은(국내 2회, 국제 5회)이며, 조혜연의 기록은 윤영선의 6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국내 여자바둑계를 평정해 온 루이나이웨이가 12년 8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지난해 말 중국으로 돌아간 후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누가 초대 여왕에 오를 것인지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조혜연의 여류십단 등극으로 국내 여자바둑계는 올 1월 여류명인전을 우승한 최정(16), 3월 여류국수전은 우승한 박지연(21)과 더불어 '3인3색'의 타이틀 지도를 그리고 있다. 또 하나의 여류기전인 여류기성전은 2011년 10월 루이나이웨이가 우승한 이후 공석인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