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와 국고보조금 감축, 중앙당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정치 개혁안을 놓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비판하면서 정면 충돌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에 대해 "선뜻 찬성하기가 조금 어렵다"며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다른 많은 사람의 고통 분담,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날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에 대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민주당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정치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고 신경민 의원은 "국민이 속 시원하게 여길 수는 있겠지만 국회의원 축소가 정치 개혁의 핵심은 아니다"고 했다. 그동안 안 후보와 정책적 동질성을 강조했던 문 후보 측이 이 문제에선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정당과 비슷한 패거리 조직을 꾸리고 있는 안 후보가 정당을 욕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너무 설익고 정치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얘기" "정치 아마추어의 불통·무개념·부실 완결판"이라고 했다.

정치학계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적잖았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현실성이 낮고 정치 개혁의 핵심이 아닌 근시안적 사안들"이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정치 개혁은 정치 삭제 또는 축소가 아니라 정치 활성화"라고 했다.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에 대해선 캠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캠프 소속의 한 교수는 "(나와는) 논의 없이 나간 것"이라고 했고, 다른 교수는 "내 생각과 다르다"고 했다. "최종 공약이 안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2일 정치혁신포럼 회의에서 조율했다"며 "다수가 찬성이었고 몇 명 소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는 국민의 의견을 대신 호소한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 선대위의 한 인사는 "기성 정당들이 앞다퉈 공격하는 것은 그만큼 기득권을 놓기 싫다는 의미"라며 "'국민 대 기득권' '미래 대 과거'의 대결구도로 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