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진이 필리핀 의료진과 함께 팔라완의 교도소에서 수감자들 결핵 검사를 하기 전 면담중

지난달 19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 이동한 후, 다시 차를 타고 30여분 들어가야 나오는 팔라완의 교도소에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버스가 보이자 교도소장과 직원들이 "살라맛 뽀(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 버스 안엔 결핵진단을 위한 디지털 엑스레이와 결핵신속진단기계인 진 엑스퍼트(Gene Xpert) 등 최첨단 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보통 14일 걸리는 결핵 검사가 하루로 줄어든다. 이런 신속한 검사는 팔라완뿐 아니라 필리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팔라완에선 필름 엑스레이를 사용하거나, 진 엑스퍼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현미경을 사용해왔다.

이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필리핀의 '결핵 조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동버스'다. 작년 1월부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사장 이수구)이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WPRO), 필리핀 보건부, 팔라완주, 푸에르토 프린세사시, 결핵연구원 등과 협력해 만들었다. 류우진 WHO 필리핀 사무소 기술자문이 이동검진사업 전체 자문을 맡았고, 대한결핵협회의 김희진 결핵연구원장이 엑스레이 판독 교육 및 자문을, 김창기 결핵연구원 진단검사 의학부장이 진 엑스퍼트 자문을, 김진만 사업운영과 팀장이 검진차량 운용 및 엑스레이 장비 관련 자문을 맡았다.

노엘 마칼라드(Noel Macalad) 필리핀 국가결핵표준연구소장은 "왜 팔라완에만 이런 좋은 검진 시스템을 도입하느냐는 문의가 벌써 쇄도하고 있다"며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필리핀 전체의 결핵 진단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