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동부산과 서부산을 차례로 방문하며 부산에서 민생행보에 나섰다.

최근 지역 내 최대 이슈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처음 전한 것을 시작으로 스마트시티 조성, 부산대개조 프로젝트 지지 등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전하며,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 내 지지율 하락에 반전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야당에서는 알맹이 없는 방문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국경제투어 여섯번째로 부산을 방문했다. 첫 일정으로 문 대통령은 오전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부산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부산시와 세종시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는 전국의 후보지 서른 아홉 곳을 검토한 끝에 부산과 세종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22년 여러분이 부산의 스마트시티에서 생활하신다면, 출퇴근 등 도로에서 소비하는 시간 60시간, 행정처리 20시간, 병원 대기 5시간 등 1년에 124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통합안전관리시스템으로 지진과 화재 같은 재난정보를 즉각 알게 되고, 소방차의 출동시간이 5분 내로 단축된다. 도시의 범죄율은 25%, 교통사고는 5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스마트시티를 소개했다.

이어 "부산과 세종의 시범도시가 성공하면 도시구상-계획-설계-시공-운영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선도 모델로 해외 진출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세계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힘이 포용과 개방의 도시 부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행사 후에는 지역경제인 3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자동차·조선 등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 및 창업 활성화, 소상공인 및 자영업종사자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사상구 학장동에 있는 폐산업시설인 대호PNC에서 열린 부산비전선포식에 참석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소개한 '부산비전선포식'은 ‘연결·혁신·균형’ 등 3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피난민들에게 방을 내어준 포용력과 도전정신으로, 부산대개조의 성공은 대한민국 '지역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또 "정부는 부산시의 '부산 대개조' 비전을 지지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지역내 최대 관심사인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대한 입장도 취임 후 처음으로 전했다.

지역 기업인들과의 오찬에 동남권 신공항 질문이 나오자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부산·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와 연관돼 시작된 문제"라며 "그 입장이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어느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절차상 이달 말까지 부울경 차원의 자체 검증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결과를 놓고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에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논의하느라 다시 또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 방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PK지역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비(非)보수 정치인으로는 부산에서 처음 1위를 기록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23년 만에 부산시장이 민주당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에 역전되는 결과가 종종나오면서 민심 변화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계속된 경기침체가 꼽힌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문 대통령의 부산방문에) 부산경제를 살릴 수 있는 어떤 선물을 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돌아온 것은 실망과 자화자찬뿐이었다"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관심을 모았던 신공항문제에서부터 스마트시티, 지역주력산업 지원, 도로 등 도시 인프라 부분까지 어느 한 분야도 정부가 이렇다 할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단협 난항으로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이날 완전자본잠식으로 주식거래가 금지된 '한진중공업'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