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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박근혜 前 대통령에 총리 제안 받았으나 거절”
박, 징용소송 재판 지연 가담 혐의
2018년 12월 06일 (목) 22:30:21 이윤석 ietoday@daum.net

 ‘양승태 사법부’의 대법관 2명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까마득한 후배 판사들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사법사상 초유의 풍경이 벌어졌다. 법원 안팎에선 혐의 유무를 떠나 사법부 권위와 신뢰의 추락이 어디까지 갈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1), 고영한(63) 두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영장심사를 했다. 전·현직을 통틀어 대법관에 대해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1948년 사법부 출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연수원 12기인 박 전 대법관과 11기인 고 전 대법관은 각각 연수원 기수로 따져 16기수나 후배인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가 심문을 맡아 두 선배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심사했다. 법정에서 심문을 마친 전직 대법관들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로 옮겨 밤늦게까지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행정처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소송 상고심 선고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데 관여한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2015년 부산고법에서 진행 중인 법조비리 사건 재판과 관련해 현직 법관의 비위 의혹이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친정인 법원 청사를 찾은 두 사람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 전 대법관은 변호인을 통해 “법원은 국민이 희망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대법관은 바로 그런 권위의 상징”이라며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에서 “2015년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당시 만남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소송을 청와대와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대법관도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지 않았다”며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법부 내에서는 종일 착잡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법관 3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온라인 커뮤니티 ‘이판사판 야단법석’은 참담함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랐다. 대부분 “대법관이 영장심사를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잘잘못을 떠나 전국 법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대법관이 영장심사를 받는 것 자체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법원 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했던 터라 후배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하려 했던 박 전 대법관은 담임교사 도움으로 야간고에서 ‘주경야독’을 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 ‘야간고 고학생 신화’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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