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낙지 질식사' 사건과 관련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11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로 기소된 남자친구 김모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피해자 A 씨가 산낙지를 먹고 질식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모텔 방 안에는 A 씨가 괴로움에 몸부림친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피고인의 낙지에 대한 진술도 수시로 바뀌고 일관성이 없어 A 씨가 산낙지를 먹다 질식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남자친구가 굳이 종업원을 통해 사건을 신고한 점, 여자친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또 다른 만남을 계속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김 씨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특별한 수익도 없이 빚이 많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소비한 점, 사건 이후 보험금을 타서 중요하지 않은 곳에 낭비한 점 등으로 볼 때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10년 4월 19일 새벽 인천 남구의 한 모텔에서 애인 사이인 A(당시 22) 씨를 질식시켜 같은 해 5월 5일 병원에서 숨지게 한 뒤 A 씨가 낙지를 먹다가 숨졌다고 속여 사망 보험금 2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처음에 낙지 질식 사고사로 종결됐고 A 씨의 시신이 사망 이틀 후 화장돼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유죄판결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한편, 이 사건은 간접 증거는 있으나 직접 증거인 시신이 없고 구체적인 범행도구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살인죄와 같은 중죄의 경우,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소사실에 나온 정황 증거를 적극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씨가 항소할 경우 항소심 재판 결과 역시 유죄로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