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인이 시각 보조 기기인 릴루미노를 착용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손을 뻗어 사물을 인식한 이 이용자의 눈물이 가상현실(VR) 기기 바깥까지 흘렀다. 삼성전자가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등장한 릴루미노의 기술은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기술을 개발한 업체로, 삼성전자의 C랩을 통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17일 서울대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C랩의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C랩은 2013년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사외에서 탄생한 스타트업까지 C랩을 통해 육성할 방침이다. C랩을 통해 5년간 모두 500개의 스타트업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전자는 앞서 공모전을 진행해 현재 15개의 외부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선발된 회사는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리퍼블릭’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이다. 이 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연구개발) 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공모전을 개최해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상시 선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선발한 업체들에는 개발 지원금 최대 1억원이 지원된다. 또 기술이나 특허 등에 대한 실질적인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육성하려는 벤처가 하드웨어 업체에 집중돼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이라며 “AI나 딥러닝을 적용해 여러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도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