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6일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했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 다시 한 번 저에 대한 해임안건이 상정된 상황이다. 해명할 기회를 달라"

신동빈 회장(63)이 25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호소했다. 신 회장의 호소는 지난 20일 보석 청구 심문기일 이후 두번째다.

이날 재판은 오는 29일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회장이 재판부와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일이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인식한 듯 신 회장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종이에 적어오던 평소와 달리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즉석에서 다시 한번 석방을 간청했다.

신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100% 자신할 수 없다. 제가 주총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고 주장했던 롯데 측의 항소이유서를 근거로, 보석 신청을 받아들일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이 직접 '사정 변경'이 생겼음을 설명한 것이다.

롯데 측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4)이 신 회장의 해임안건을 상정해 경영권을 방어해한다는 점, 항소심을 거치면서 검찰 측의 논리를 깨뜨릴 만한 여러 사안이 생겼다는 점 등을 감안해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신 회장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앞서 '변호사나 소송대리인이 대신 출석해 진술할 수 없냐'는 재판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해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번에 판사님께서 일반 주총의 경우 위임장을 가진 변호사가 나가서 해명하면 되지 않냐고 하셨는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조금 달라 주주만 위임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는 아버님(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어머니, 형님(신동주 전 부회장), 누님(신영자), 저, 서미경씨, 여동생(서유미) 7명 정도"라며 "저 이외에는 거기(주총)에서 설명해줄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은 소수의 일본 경영진과 롯데그룹의 가족들로 구성돼 있는데 사실상 신 회장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일 신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대립 관계인 그들 사이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분 50%+1주와 그 외 총수일가가 지분을 장악한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8.1%나 보유하고 있다. 이들 총수일가에 신 전 부회장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총수일가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구속 상태인 신 회장으로서 파악할 수 없어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경영비리 사건이나 뇌물 사건 재판에 한 번도 빠짐없이 다 참석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재판부는 "법원 예규에는 실형 선고할 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정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재계 5위 롯데라는 그룹의 총수라는 이유로 더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그런 이유로 더 차별적으로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 일반인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회장의 해임안 의결이 신 회장의 방어권 보장이나 형사 재판을 심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주총 기간을 감안해 신 회장의 보석 허가 여부를 오는 28일까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