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은 23일 "성폭력 범죄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라며 "개인적으로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성범죄(강간·강제추행 등)의 친고죄(親告罪)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양형(量刑) 감각이 조금 낮게 형성된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법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은 최근 강간·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로 규정한 형법 306조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 양 대법원장도 가세하면서 '친고죄 폐지'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나라가 강간죄를 친고죄로 한 취지는 강간죄를 순수히 부녀자 개인에 대한 어떤 신체적·정신적인 범죄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성범죄를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정말 무서운 범죄로 인식하고 있어 성범죄를 친고죄로 할 사회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