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푸른 눈의 장병이 서툰 한국어로 밥 맛있었어요? 라는 말을 걸자, 쪽방촌 노인들은 처음엔 쭈뼛쭈뼛 했다. 하지만 머뭇거림도 잠시, 금세 미군 장병들에게 다가가 친숙하게 말을 걸었다. "한국말 안 어려워?" "이 청년은 생긴 게 인형 닮았네."

미군 장병과 쪽방촌 노인들은 어느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 어린이 공원'에서 따뜻한 정(情)으로 어우러졌다.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오자 미 8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외로운 독거 노인들에게 무료급식 제공으로 추석선물을 드리기 위해 찾아나선 것이다. 이날 행사는 2002년 말 효순·미선양 사건 이후 미군이 한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만든 미8군 한국인 자문위원회인 '굿 네이버'가 태평양사령부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밥을 퍼주는 배식 봉사를 한 미8군 태평양사령부 한국지역지원대장 야마다 스테이시 대령은 "한국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한국과 한국인들에게서 받은 호의를 돌려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