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사진)이 MBC 파일럿 프로그램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에 출연, 8년 만에 예능 나들이에 나섰다. 이날 전도연은 데뷔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방송 내내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빛과 그림자로 나누는 부분. 데뷔작 '접속'을 빛으로, 칸여우주연상 수상을 그림자로 꼽았다.

전도연은 지난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배우 최초의 일이었고, 본인에게도 무척 고무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전도연은 수상이 아직도 꿈 같은 일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칸 수상 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도연을 이를 솔직히 고백하며 남 모르게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수상 후 모든 사람들이 '이제 전도연은 성공했다. 탄탄대로 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칸 수상 후 차기작으로 저예산 영화를 선택했지만 투자가 뜻대로 이뤄지 않았다. 매니저들은 배우의 자존심이 다칠까봐 사실을 늦게 알렸다. 수상 후 오히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이 겪은 경험이었다.

전도연은 "칸 영화제 수상 후 대중과 멀어진 이미지가 됐다"며 속상해했다. 대중과 멀어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가거리감이 느껴지는 배우로 평가했고, 접근하기 힘든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칸 수상을 둘러싼 뒷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의 여배우가 자존심을 내려놓는 모습은 신선했다. 오히려 인간적 매력이 빛났다. 멀어졌던 이미지도 다시 가깝게 느껴졌다.

심지어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직접 고르지 말고, 다른 사람이 골라주는 대로하라"는 한 출연진의 말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톱배우에게 자칫 선을 넘는 조언일 수도 있었지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전도연의 모습은 겸손해보였다.

눈물도 많았다. '접속'의 정윤현 감독과 '너는 내 운명'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황정민이 자신을 찾아오자 눈물을 흘렸다. 아픈 과거를 고백하며 흘린 눈물이 아니다. 지인의 등장이 반가워 흘린 눈물이다. 그 만큼 정이 많은 배우였다.

전도연의 속내 고백은 계속됐다. 칸 수상 후 쌓였던 고민들을 털어놓으려 마음을 먹은 듯 했다.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이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때문에 대중에게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새로운 캐릭터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전도연 역시 대중이 자신에게 갖고 있는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전도연은 "나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며 "연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에 취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정상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전도연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