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은 고향을 떠나 남한에 왔지만, 남쪽에도 북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어디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받지 못하는,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존재죠."

이원식 감독

오는 20~21일 서울역 광장과 서울 신촌 '필름포럼' 극장에서 열리는 제2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여행자'의 이원식 감독은 13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탈북자들은 재밋거리나 자극적 소재로 왜곡되고 과장되게 그려졌다"며 "탈북자의 하루하루를 그냥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자'는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로 중국인에게 팔려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남한에 건너온 기구한 운명의 미혼모 탈북 여성 '금숙'이 남한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영화 '외출' '행복' '오감도'의 조감독을 지낸 이 감독이 탈북자 영화를 찍게 된 건 함께 영화 제작자로 일하는 아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내가 탈북 미혼모들의 모임에 갔다가 그들이 남한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중압감에 아기를 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여행자'는 20일 오후 8시쯤 서울역 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제2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고, 21일 오후 2시 20분과 5시 30분, 7시에 신촌 이대 후문 '필름포럼' 극장에서 상영된다. 문의 02)723-3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