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퇴직하고 재취업한 군(軍) 중령급(일부 소령급) 이상 군인과 군무원 20명 중 삼성텔레스·LIG넥스원 등 방위산업체에 들어간 사람은 10명(50%). 이는 2010년 36.7%, 2011년 39.6%에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전관(前官)예우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다.

6일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 수는 2009년 219명, 2010년 192명, 2011년 199명, 2012년 상반기 104명이었다. 심사를 통해 취업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사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퇴직 3년 전까지 했던 업무와 관련한 기업 취업을 제한하던 것을 5년으로 늘리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했다. 그러나 취업 심사 때 업무 관련성 범위를 소속 기관 전체로 보지 않고 소속 부서로 한정, 사실상 광범위하게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에 들어가도 아무런 제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퇴직자들은 금융·제조·통신 분야와 판매조합 등에 사외이사, 자문·고문 등으로 대거 취업하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 경쟁제한 규제개혁 작업단 부단장에서 물러난 A씨는 5월 KT상무보로 자리를 옮겼다. 공정위가 지난 3월 KT에 과징금 51억4000만원을 부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감사원 출신신들은 민간 금융기관 감사 자리를 차지했다. 전에는 이 자리가 금융감독원 출신 몫이었지만,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금감원이 눈총을 받자 감사원 출신이 메우는 것이다. 올 상반기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이 한국외환은행 감사, 공공기관감사국장이 삼성자산운용 감사, 국방감사단장이 NH농협증권 감사, 감사교육원 교육운영부장이 흥국화재해상보험 감사 자리로 옮겼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이 아직 허점이 많아 제한 조항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