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국내 과학계를 뒤흔든 ‘진화론 교과서 삭제 논쟁’에 대해 과학계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과학기술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진화론 내용에 대한 수정ㆍ보완 가이드라인’을 통해 “진화론은 과학적 반증(反證)을 통해 정립된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로,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내용”이라고 전했다.

또 “생명의 탄생 과정은 생물종의 진화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와 분명하게 구분ㆍ설명돼야 한다”며 “생물종의 진화는 방향성을 갖고 직선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복잡한 관목형 과정을 거쳤음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화론 삭제 논쟁’은 지난해 12월과 올 3월, 기독교계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種)이 아니고, 말(馬)의 진화는 상상의 산물”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이를 과학 교과서에서 삭제해 달라고 청원하면서 불거졌다.

이 요청을 교과서를 출간한 출판사가 받아들이자 생물학계는 크게 반발했으며,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으로 확대됐다. 한국의 진화론 논쟁은 지난 6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되며 세계 과학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날 한림원은 논란이 됐던 시조새와 말 화석에 대해 현재 일부 교과서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부분을 교과서에서 삭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림원은 이날 가이드라인에서 “현재 일부 과학 교과서가 시조새를 조류 또는 파충류에 가까운 유일한 중간종으로 오해하도록 서술했으나, 시조새 외에도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원시 조류의 화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말의 진화는 진화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나 말의 진화가 점진적 직선형 경로가 아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관목형 진화도로 대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을 거쳐 서울시교육청과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출판사 7개 집필팀에 전달된 후, 내년도 교과서에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