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을 불허한데 따른 것으로 산업은행은 조만간 더블스타와 매각 마무리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박 회장에게 이달 19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여부를 결정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바 있다.

◇ 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불허, 우선매수권 행사 힘들어"

17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을 불허해 우선매수권 행사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컨소시엄 허용 여부 등을 재문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주주협의회 결의 내용을 준수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Δ컨소시엄을 통한 우선매수권 활용 불가 Δ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 재논의를 결의한 바 있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무적투자자(FI)에게서 인수자금을 전액 빌려야하는 박 회장은 현실적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다. FI에게서 돈을 빌리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야하는데 이 경우 금호타이어 인수에 따른 부담이 그룹에 전가될 수 있어서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 없이 재무적투자자로만 인수하면 무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재무적투자자와 인수금융만으로는 인수를 하라고 해도 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선매수권 포기후에도 변수 많아 예측불허

다만 박 회장의 권리 포기가 금호타이어 매각전(戰)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매수권 포기는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와의 계약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마무리 협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는 재매각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 경우 박 회장의 권리는 되살아난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이 완료되려면 Δ금호 상표권 20년 사용 Δ차입금 만기연장 등 선행조건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야한다.

이 선행조건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금호 상표권 사용이다. 현재 금호 상표에 대한 권리는 금호산업 등이 가지고 있는데 각 그룹 계열사로부터 연간 매출액의 0.2%를 사용료로 받는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최대 20년(5+15조건) 동안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표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 금호산업과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각자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더라도 금호산업 동의가 없으면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중국공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금호 브랜드를 확보하고자 1조원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하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상표권을 사용하지 못하면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매각대금을 모두 납부할 필요가 없다.

금호산업이 상표 사용에 협의해주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선행조건에 합의하고 6개월 안에 매각대금 9550억원(계약금 포함)을 주고받아야 완료된다.

이 기간을 넘기게 되면 더블스타는 자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게 된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추진하면 박 회장이 보유했던 우선매수권 권리는 되살아나는 구조여서 역전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등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어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마무리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될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후에도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회는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