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식 전 부산시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엘시티 수사 마무리 단계를 앞두고 기각되면서 재청구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엘시티 수사를 서둘러 끝내기 위한 검찰의 '출구전략'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부산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허남식 전 시장의 사전구속영장에 대해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를 토대로 볼 때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에도 검찰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광고협찬금 명목으로 대가성 금품을 받거나 엘시티 PFV 법인카드를 사용한 혐의로 국제신문 사장을 소환해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영장청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자 허 전 시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허 전시장의 영장 기각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물증 없이 무리하게 기소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검찰은 최근까지 배덕광 현직 국회의원(69·해운대을)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8·구속기소) 등 이번 엘시티 비리 수사와 관련된 굵직한 인물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받으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허 전 시장의 영장 기각을 계기로 엘시티 비리와 관련된 핵심인사를 배제한 채 수사를 마무리짓기 위한 '출구전략'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허남식 전 시장의 소환 조사에 앞서 검찰의 한 고위급 간부 또한 법조계 관계자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기위한 형식적 절차'라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엘시티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특혜성 행정조치에 부당성을 제기해왔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허 전시장의 사전구속영장을)형식적으로 청구해놓고 엘시티 비리 수사의 출구전략으로 삼는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충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의지가 관건"이라며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영장 재청구도 안종범 수첩이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허 전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밝히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더이상 허 전 시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조짐은 안보이는 듯 하다"며 "이제는 얼마 전 검찰조사에 극비리에 소환됐던 지역 일간지 사장에 대해 초점이 옮겨가는 분위기지만 역시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 내부에서는 엘시티 수사를 되도록 신속하게 마무리해달라는 윗선의 요청과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 사이에서 갈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참여연대는 "정의가 바로서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 하느냐"며 "허남식 전 시장에 대한 철저한 보강수사와 영장 재청구를 통해 엘시티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련자들이 많은 만큼 서둘러 수사결과나 종료를 발표하는 것보다 여지를 남기거나 전면 재검토를 거쳐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