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첫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국정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한 목소리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소통과 협조를 강조했지만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 현안들에 대해선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반쪽 회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정 협의체 등의 가동을 통한 협치는 제자리 걸음을 걸은 셈이다.

이에 따라 황 권한대행 체제와 야당 주도의 국회 관계가 원만하게 흘러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리실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대화를 포함해 33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양측은 현재의 엄중한 국정 환경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황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노력하고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자이신 국회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도 "국민들께서 국회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잘 소통하고 협치해서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경제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랄며 "국회도 정국 수습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전환 후에도 정 의장은 "나라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회와 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국민을 섬긴다는 생각으로 판단하면 작은 차이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좋은 해결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며 특히 "여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조만간 선출되면 국회 상황도 더욱 안정돼 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의장실은 전했다.

이에 황 권한대행도 "앞으로 국회와 정부가 소통하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한편 정 의장께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면 국회와 정부가 함께 국민을 잘 섬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아울러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경기 침체, 대중국 문제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정 의장은 "국민의 소비심리 위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중국의 한국 관광객 축소, 한류 제한 조치, 세무조사 등 한중관계 악화 우려를 전달하면서 국회 차원에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단'을 구성해 정부 외교를 보완할 뜻을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에 "대중국 경제협력도 중요하나 경제협력관계 다변화를 위해 기업들이 다른 주요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며 "인프라 투자 등 수요 발생이 예상되는 중동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의장이 AI 확산 우려를 나타내자 황 권한대행은 지난 12일부터 방역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오늘부터 매일 AI 일일점검회의를 갖는 등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원론적인 수준의 협조·소통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정국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여야정협의체 구성 문제나,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20·21일) 출석 여부 등 예민한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 의장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했던 국정협의체(여야정협의체) 문제도 비공개 대화에선 더 이상 논의가 오가지 않았다.

특히 앞서 황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날 정 의장에게 대정부질문 불출석에 대해 양해를 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야당에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흉내내지 말라"(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고 비판하는 등 황 권한대행 체제와 야당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황 권한대행 측에서는 이날 오전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별도로 야당 원내대표들을 방문해 대정부질문 불출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지만 야당에서 이를 일축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밖에도 논란이 일어 온 경제부총리 교체 여부 등 개각 및 인사 문제, 국정 역사교과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민감한 현안들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