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도시탈출인가, 제2의 인생길을 가고자 함인가. 어쨌든 첫 번째 인생길을 잘못 든 사람들이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쩌다 몸이 아파 귀촌한 사람들이라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좀 더 환경이 좋고 좀 더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기 위해 귀농했다면 그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귀농에 따른 모든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 단순히 연간 수입 몇 억 대 된다는 앞서간 귀농자들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2의 인생길에서마저 실패한다면 다른 제3의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농림식품부가 도별 귀농가구를 예비 집계한 결과 작년 귀농 가구 수는 6천500 가구로 추계돼, 2010년 4천67가구보다 무려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귀농은 전남이 제일 많고 귀촌은 강원도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귀농한 인구는 1천521가구, 3천620명으로 집계되었다.

2천년 들어 귀농귀촌 이야기가 활발해지면서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운동본부, 귀농지원센터, 자치단체 귀농정착금지원, 기농교육 등 귀농귀촌에 대해 여러 가지로 관심을 갖게 했다. 교육을 시키고 정착금을 주는 등 귀농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연간 1억 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성공사례도 많지만 실패의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꿈과 혈기로 귀농하여 5년여 귀농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텃밭 농사에 주 수입은 막노동, 대학원을 나와 부동산업체에 근무하다 도시탈출을 시도한 것이 이제는 후회만 남는 결과가 됐다.”는 인터넷에 올라와 잇는 얘기도 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마음먹은 비닐하우스 작물이나 축산업이 잘된다면 그런 낙원은 얼마나 좋을까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귀농 자가 많기 때문에 경쟁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미리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귀농인 들은 비닐하우스 작물 쪽이나 축산업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고 있다. 노지 작물에 비해 비닐하우스 작물재배는 시설비 연료비 등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노지재배는 특수한 가열이나 보온을 하지 않고 자연적인 조건에서 재배하므로 생산비가 많이 들지 않아 작물가격도 때에 따라서는 하향조정할 수 있으나 비닐하우스 작물은 재배경비가 많아 시세가 없어도 값을 낮추기가 어렵다. 적자보고는 출하를 못하게 되므로 도매가가 상향조정되는 것이다. 축산업도 풀밭이 없어 자연 사료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거의 가둬놓고 매입 사료로 키우므로 값을 낮추기가 어렵게 된다.

어쨌든 각 자치단체에서 정착금을 주며 귀농을 유도한다고 해도 귀농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李善憙 : 주필, 대한언론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