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피의자로부터 돈을 건네받고 사건무마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검찰청이 감찰에 나섰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김모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고등학교 친구인 김모씨로부터 지난 2월과 3월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돈은 김 부장검사의 친구인 박모 변호사의 아내와 술집 종업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전자제품 유통업 등을 하는 J사의 실소유주인 김씨는 지난 4월 횡령,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김 부장검사는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6월 김씨 사건담당 검사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 소속 박모 검사를 만나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박 검사와 다른 부서 소속 검사 여러 명과 함께 식사를 한 뒤 부장검사와 접촉해 사건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을 갚지 못했고 자신은 그의 스폰서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검은 지난 5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 서울서부지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현선)는 지난달 26일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리고 거래처를 상대로 5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 관련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었지만 김씨는 28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일 대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대검은 의혹에 대한 감찰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날 강원 원주시의 한 찜질방에서 김씨를 체포해 서울로 압송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김 부장검사 관련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의혹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검은 지난 주말 김 부장검사를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는 돈 거래 의혹과 관련 "500만원은 술값이고 1000만원은 아버지 병원비로 빌렸다"며 "한달여 사이에 모두 갚았다"고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또 검사들과 함께 했던 식사 자리 관련해선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후배 검사들과 자리를 마련하다 보니 형사4부 소속 검사도 포함된 것"이라고 소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와 사건 관계자와의 금전거래 등 비위 의혹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찰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비위 혐의가 밝혀지면 그에 상응한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