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당시 혼란 속에서 주변 사람들을 도운 영웅들의 사연이 소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고 CBS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당국은 12일 새벽 올랜도 유명 게이클럽인 '펄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범인 오마르 마틴을 포함해 50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CBS 이브닝 뉴스의 앵커인 스캇 펠리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시민들은 '증오심'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며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생존자들의 사연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펄스 클럽 총기난사 사건 목격자인 숀 로이스터는 "참극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로이스터는 "총격이 벌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친구들과 펄스클럽 뒤쪽의 테라스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비명소리가 들렸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부상자들은 현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밝혔다.

로이스터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공포심을 크게 느낀 적은 없었다"며 "무고한 시민들이 증오심의 표적이 됐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 영웅들이 있었다.

조시 맥길과 그의 친구 애슐리 서머스는 총격 발생 후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쪽으로 피했다. 맥길은 급한대로 차량 밑으로 숨었다. 맥길은 "일단 조금이라도 안전한 장소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차량 밑으로 몸을 숨기는 데 옆에서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맥길이 있던 장소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두 팔과 등에 총상을 당한 로드니 섬터 주니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맥길은 "출혈을 멈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들었다. 섬터 주니어가 한쪽 팔에 총상을 당한 것을 확인하고 내가 입던 셔츠를 벗어 부상 부위를 동여맸다"라며 "또 다른 팔은 섬터 주니어가 입고 있던 셔츠를 벗겨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맥길은 "경찰이 우리가 있던 쪽으로 다가와서 섬터 주니어를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며 순찰차에 탈 것을 요청했다"며 "경찰관은 섬터 주니어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맥길은 "나는 섬터 주니어를 끌어안으며 그가 종교를 믿는지 모르겠지만 기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그를 최대한 안심시키며 '당신 곁에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펄스 클럽의 경비원인 임란 유수프도 기지를 발휘해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출신의 퇴역군인 유수프(24)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해병으로 근무했다.

유수프는 "클럽에서 3~4차례 총격 소리가 들렸다"며 "총격 소리를 들었을 때 반자동 소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시민들은 출구 쪽으로 뛰어나갔고 범인은 그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출구 문을 열어야 했지만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쪽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며 ""문을 열라'고 계속 소리쳤지만 아무도 출구 방향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출구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출구 쪽으로 점프한 뒤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유수프는 "출구 주변에 60~70명이 있었던 같았다"며 "문이 열린 뒤 나를 포함해 부근에 있던 클럽 이용자들이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유수프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여러 명이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됐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