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29일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지만 통합에 실패해 민주개혁세력과 호남의 정치력을 약화시켰다. 지난 날의 정치·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이)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지역주의라는 그릇된 양비론의 영향을 받아 호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패권의 싹이 자라나게 됐다"고 말했다.

사과의 이유에 대해서는 "희망을 보여줘야할 야권이 총체적 무능에 빠진 데는 많은 정치인들의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보궐 선거 출마를 위해 당을 나오는 순간 그런 과오를 행동으로 인정한 셈이었다. 그때부터 사과를 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남정치의 부활과 복원을 통해 그 빚을 갚고자 한다"며 "어떤 희생과 헌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호남개혁 정치의 부활과 복원을 약속했다.

천 의원은 "호남정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소외와 차별, 낙후를 극복할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실현할 힘을 길러야 한다"며 "더 이상 차별과 낙후를 용납하지 말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패권체제를 철저히 해체시켜야 한다"며 "호남정신을 진정으로 대변하며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자질을 갖춘 '뉴 디제이(DJ)'들이 미래정치세력으로 등장해야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개혁정치를 부활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반패권 연대, 가치와 비전의 연대, 승리와 희망의 연대 등 '연대의 3원칙'을 제시했다.

천 의원은 "지역패권과 일당 또는 양당 패권, 계파 패권 등 어떠한 형태의 패권에도 결연히 반대한다"며 "저는 기득권 체제를 지키려는 세력들의 이합집산과는 분명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와 국민회의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며 "한국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인사들에게 혁신의 결실을 모두 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야권 지도자들에게는 기득권 포기를 위한 결단과 용기를 촉구했다.

천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기득권 체제를 스스로 해체시키는 용기있는 결단과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안철수 의원은 호남이 가진 민주주의의 역사성을 보다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에 찌든 정치인들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불어민주당 등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야군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라며 "혁신과 통합은 함께 이뤄야할 과제다. 야권이 최종적으로 분열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줄 염려가 없는 광주와 호남에서는 여러 세력간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전국적으로 볼 때는 새누리당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모든 신당 추진 세력들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뭉쳐야 한다. 원칙 있는 연대를 통해 진정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연대에 대한 조건으로는 '패권정치와 기득권의 말끔한 청산'을 전제했다.

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정권 재창출과 대한민국 개혁, 민주화에 앞장서 온 기존 야당의 정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런 모습을 회복하고 국회의원직 유지와 당권을 잡겠다는 생각이나 자세에서 환골탈태한다면 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국민회의에 대한 지지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은 소낙비가 내리는 순간"이라며 "호남 유권자들이 호남 정치 복원을 선도하는 것이 국민회의와 천정배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들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