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세력이 자신들의 어두운 역사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지난 2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조속 타결'에 합의한 위안부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창당 60주년을 맞는 이달 중으로 가칭 '전쟁 및 역사 인식 검증위원회'를 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직속기관으로 출범하기로 했다고 일본 매체들이 12일 전했다.

특히 위원회는 도쿄재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난징 대학살 등을 검증 대상으로 삼아 사실상 전후 질서를 부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내각의 이같은 우경화 조짐이 양국 정부가 조속한 타결을 도출하기로 합의한 위안부 협상에 또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놓고 양측 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역사 검증위 출범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아베 내각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후에도 아베 총리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일본 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5일에는 아베 총리가 일본 여당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타결 기한을) 연내로 잘라 버리면 어려워진다"고 말한 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돼 실망감을 주기도 했다.

정상회담 이후 9일만에 열려 주목을 받았던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국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도 못한 채 서로의 불만을 성토하다가 자리를 파했다.

일본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재정 지출 방안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기는 커녕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불편하다'며 철거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베 내각이 양국의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에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후대에 장애를 남기지 않고 싶다'라고 말했던 아베 총리의 의지까지 당장 의심하긴 어렵더라도,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 상황에 걸려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 우익세력은 한국과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타결하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는 자신의 지지세력인 보수 우익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일본 내부 정치를 의식하는데 매몰돼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한다면, 한국에서도 반일 감정이 커져 위안부 문제의 타결을 위한 양국 정상의 결단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위안부 문제는 10차례에 걸친 실무진 간 교섭에도 입장차가 좁히지지 않자 양국 정상이 어느정도 국내 정치적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결단을 내려햐 한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례적으로 아베 총리를 이례적으로 직접 거론하며 책임있는 자세로 타결에 임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회원사들과의 공동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가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