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금기어와 같았던 '개헌론'이 최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그 숨은 뜻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을 순방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고 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던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여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쑥 들어갔지만 최근 이 개헌론이 친박계 의원들을 통해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년 단임제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며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에둘러 언급했다.

이 말을 받은 듯 홍문종 의원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는 이미 죽은 제도"라며 '반기문 대통령(외치)+친박계 총리(내치)'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했다.

이에 정치권은 20대 총선을 목전에 둔 친박계발 개헌론에는 여러 포석이 있을 것이라 해석하는 듯하다.

우선 개헌 논의가 촉발될 경우 그 이슈 폭발성이 향후 총선 향배를 좌우할 여러 환경을 가리는 '커튼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복지+대통합'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는 물론 박근혜 정부 전반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할 것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개헌론은 유용한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미래 권력체제를 말하는 개헌론은 이슈 폭발력이 '블랙홀'과 같아 여권에 불리한 각종 심판론을 비켜갈 수 있다. 블랙홀은 박 대통령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며 "야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총선까지 끌고갈 태세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으로 중단됐던 공천룰 논의가 최근 재개되는 데 따른 친박계의 으름장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외치'와 '내치'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친박계가 말함으로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 가능성을 열며 여권의 1강구도를 형성한 김무성 대표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을 순방한 박 대통령이 반 사무총장을 일곱차례 만나면서 해석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또 개헌론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경우 최근 '박근혜키즈'의 20대 총선 출마에 대한 비판론도 일부 희석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국정운영을 도왔던 신(新)친박 인사의 총선 출마가 거의 매일 거론되는 마당에 개헌 논의가 촉발될 경우 여론의 주목도를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 신친박계의 20대 국회 입성이 성공하게 되면 '내치 총리'에 대한 옹립도 손쉬워진다는 측면에서 친박계의 개헌론이 적기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친박계발 개헌론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여러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누구는 하는데 누구는 하면 안 되느냐.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김 대표가 개헌을 이야기했을 땐 박 대통령을 위시한 친박계가 비토하더니 현 정권 임기 중반부임에도 최근 친박계가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냐는 마뜩찮음이 녹아 있다.

하지만 이 개헌론에 대해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공감하는 의견도 아니다"라고 했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지금 개헌 얘기를 할 때냐"고 시기 상조라 언급하면서 친박계 내에서도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치고 빠지기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