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3년 11월, 충청 출신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당시 최고위원)은 "인구 수가 비슷함에도 충청 선거구가 호남보다 적다"며 '참정권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말, 헌법재판소는 표의 등가성이 인구비율 2 대 1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선거구 재획정을 결정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의 두 표가 적은 지역의 한 표와 같아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헌재 결정이 있은지 1년이 지났지만 선거구 획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유례가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적'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설립됐고, 여야 지도부가 최근 사흘 간의 마라톤 협상담판에까지 나섰지만 진전은 없었다.

왜 선거구 획정에서만큼은 여야 모두로부터 고도의 한 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을까. 여야는 왜 타협하지 않을까. 그 속에 녹아있는 정치적 함수는 무엇일까.

새누리당은 Δ국회의원 정수 300명 이상 확대 불가 Δ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하는 차원에서 농어촌 지역구 수 축소는 최소화 Δ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지역구 확대는 비례대표 축소로 해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수 확대에 고개를 젖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국민여론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도권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자신감 결여도 녹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18대 대선 당시 서울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51.42%)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48.18%)를 앞섰고, 경기도에서는 박 후보(50.43)가 문 후보(49.19)를 근소하게 앞섰다.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최대 10석까지 늘 경우 새누리당 석권 지역이 얼마나 더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수도권에서만큼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으로선 대구경북(TK)이 필승지역이고 부산경남(PK)은 강세지역이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어·산촌에서 지지세가 많다. 하지만 이들 지역구 수가 줄어들면 고스란히 새누리당 의석수 감소로 연결된다.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을 최대한 살리려는 고집은 '여대야소(與大野小)'를 유지하며 국회 주도권을 이어가야 한다는 집권여당의 사명에 있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를 줄일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정당득표율 만큼은 새정치연합에 앞설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례대표가 56석에서 일정 부분 줄어들더라도 그 파이만 작아질 뿐 가져갈 수 있는 양은 같다.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정당득표율은 42.80%. 새정치연합은 36.45%였고, 자유선진당 3.23%가 새누리당으로 갔으니 비례대표 의석 수는 새누리당이 앞서 있다.

새정치연합은 Δ국회의원 정수를 늘릴 수 있다 Δ비례대표 수는 줄일 수 없다 Δ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 Δ선거시간을 늘리고 선거 참여 연령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헌재의 인구등가성 선거구 획정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구 수 증가로 이어진다. 19대 국회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섭렵한 새정치연합으로선 이 동력을 활용해 수도권 지역구 수 증가를 고스란히 의원 정수 확대로 연결해 국회 의석 수 추가를 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수를 줄이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 즉,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먼저 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대구에 출마했던 '김부겸 사례'에서 보듯 영남권에서도 비례대표를 통한 의석 수를 확답할 수 있게 된다. 권역비례제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이미 새누리당은 전남이라는 새정치연합 텃밭에서 이정현 의원을 당선시킨 바 있다. 영남 입성이 필요한 때다.

'노년층은 보수, 청장년층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판단 아래 새정치연합 지지를 도모할 수 있는 선거시간 확대와 유권자 연령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법률이 정한 선거구 획정시한을 넘기더라도 의석을 잃을 수밖에 없는 선거 룰은 여야 모두 받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선수에게 룰을 정하라고 하니 서로 유리한 룰을 적용하려 싸우는 모습이다.

결국 출마 지역구가 어떻게 될지 모를 정치 신인들의 애만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