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여야 정치권이 물갈이론으로 해석하면서 여의도가 뒤숭숭해졌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챙기기 법안 등이 국회에서 발목잡히자 분발을 촉구하며 입법부에 책임추궁성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권 내에선 최근 '박근혜키즈'의 총선 출마 분위기와 연결해 '현역 물갈이론'이라며 울상이고, 야권에선 야당책임론을 제기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 비난하고 나섰다.

하루꼴로 속속 나타나는 현 정부 전·현직 고위직의 출마에 현역들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여서인지 새누리당 지도부 쪽에서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유승민 사퇴 정국을 촉발한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을 상기하며 이날 발언에도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여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옛날에도 (총선심판론) 사례가 있으니까 오늘 얘기는 안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면서 "지난번 발언에 노이로제가 걸려서 그렇지 말 자체는 맞는 말"이라고 했다.

최근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 중에 언급한 'TK물갈이론'과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연결된다는 세간의 해석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아무리 그래도 특정해 그런 이야기를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지 얼마 뒤 김용태 의원은 언론에 메시지를 보내고 "박근혜 정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고향을 찾아, 또는 새누리당 텃밭을 찾아 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고위직에 있었다는 프리미엄만을 찾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을 위해 수도권의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지역에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짐짓 확대해석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여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연한 말씀 아닌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심판하라는 것인데 당연한 이야기"라면서도 "국민이 심판해달라는 말은 (청와대나 친박계가) 인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청와대나 부처 인사들 등 친박계의 출마를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질문에 "전략공천이란 것은 특정인이 힘을 써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인위적으로 공천하는 것인데, 이것(박 대통령 발언)은 국민이 공천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당의 고위 당직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나 계파를 떠나 국회가 할 일을 제때에 해주기 바란다', 또 '진정으로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는 그런 입장에서의 원칙적인 언급"이라며 "특정 세력이나 인물에 대한 언급일 수는 없다"고 했다.

TK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지극히 '공자 말씀'"이라며 "어떠한 해석도 붙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얼핏 바른 말 같지만 전체 맥락으로 보면 자기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떨어뜨리라는 것"이라며 선거 개입성 발언을 비판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또 자기를 반대한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 낙선 운동을 선동하고 여당 내 비주류를 협박하는 일은 독재 시절에도 보지 못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의 국무회의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야한다"고 밝혔고,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로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