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등 명절이 가까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명절휴가비'에 관심을 갖는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회사에서는 단체협약으로 명절휴가비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사측의 결정에 따라 지급 여부, 지급액수 등이 달라진다.

때문에 어떤 회사의 근로자는 "우리 회사는 명절휴가비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하고 월급의 몇백 퍼센트가 넘는 명절휴가비를 받아 기쁜 근로자들도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받는 명절휴가비든, 회사의 결정에 따라 받게 되는 명절휴가비든, 이를 받는 근로자들이라면 자신이 받는 명절휴가비의 '법적인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아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단체협약에 없다면 사측과 근로자의 '약속' 따라 지급

A씨는 지난해 3월 법원에 "못 받은 명절 상여금 2571만원을 내놓으라"며 자신을 해임시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기본급의 100%를 명절 상여금으로 지급해왔는데 회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2012년 추석, 2013년 설·추석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회사는 "A씨가 이유도 없이 2012년 추석, 2013년 설 상여금을 받아갔다"며 도리어 명절 상여금으로 받은 돈 2139만원을 되돌려달라고 반소를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손도, 회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회사가 A씨에게 명절 상여금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A씨가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명절 상여금은 회사가 지급한 게 맞지만 A씨가 명절 상여금을 받고 난 뒤 회사가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명절 상여금'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돈은 아니며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지급이 달라질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임금 관련 소송 대부분에서 '명절휴가비'가 언급될 정도로 명절휴가비는 근로현장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노사간 단체협약으로 명절휴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부당한 단체협약 파기가 돼 민형사상 소송의 대상이 된다.

◇통상임금은 아니지만…"퇴사한 근로자에겐 지급 안 되기 때문에"

'명절휴가비'가 가장 문제되는 경우는 '통상임금' 산정에서다.

기존 법리해석상으로도 명절휴가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명절휴가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돼야 하는데 명절휴가비의 경우 '명절에 재직한 근로자'에 한해 지급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로관리원들이 "통상임금을 제대로 산정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명절휴가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명절 이전에 퇴사한 도로관리원들에게도 명절휴가비가 지급됐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들 역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명절휴가비를 지급받지만 역시 같은 이유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군인회관 직원들의 경우 명절휴가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명절휴가비를 명절에 가까워져서야 받은 게 아니라 '매달' '일부씩 쪼개어서'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즉 명절 전에 퇴사한 직원들이라 해도 퇴사하기 전에는 '월급'의 형태로 명절휴가비를 지급받았다.

◇사고로 일 못했다면 명절휴가비도 청구 가능

반면 명절휴가비도 '꼭 지급받아야 할 돈'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교통사고 등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경우 불법행위를 한 사람으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 산정에서다.

지난 2012년 서울 노원구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B씨가 바로 이 사례다.

B씨는 사고 때문에 거의 1년 가까이 일을 하지 못했고,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수입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에는 B씨가 받을 수 있었던 명절 휴가비도 포함돼 있었다. 법원은 명절휴가비 290만원을 '12개월'로 나눠 B씨가 받아야 할 월 임금액에 포함시켰다.

또 회사의 부당한 징계 때문에 받아야 할 명절휴가비를 받지 못했다면 이돈 역시 받을 수 있는 돈이 된다.

C교수는 지난해 3월 부당한 파면을 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C교수에 대한 파면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파면 이전 부당한 징계를 당해 정직, 감봉까지 당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직, 감봉 기간 중 받아야 했던 추석 휴가비 270만원 역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계약직 근로자 차별하지 마세요!…안 주면 '불법 차별'

한편 추석과 설 등 명절이 되면 '휴가비' 문제에서 가장 서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른바 '계약직' 근로자들이다.

계약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명절휴가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명절휴가비를 계약직 근로자들에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불법적인 차별'이라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법원은 한 공기업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명절휴가비를 지급하도록 한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공기업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명절휴가비 외에도 교통보조비, 현장급식비, 가계보조비 등을 받지 못했다.

법원은 "상여금 등은 근로자의 근무 형태나 직위 등과 무관하게 근로의 대가로서 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밀린 명절휴가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서울대 계약직 근로자 박수정(25)씨 역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명절휴가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건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