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1위 항공사 대한항공(003490)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조(兆) 단위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51주년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자금을 통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 실행 방안도 결의하면서 이로써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릿고개’ 경영위기에 봉착한 대한항공이 실탄을 마련, 유동성 위기 극복의 기틀을 마련한 가운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자금을 조달할 방법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 자금 지원안의 실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이며,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82.7% 늘어난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7월 6일 확정될 예정이며, 신주 상장은 7월 29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 실행 방안도 논의했다.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을 결의했다. 2000억원의 자산담보부 차입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차입 상환과 유류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정부 지원이 조속히 실행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정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국제선 여객이 전년대비 98%가량 감소, 매출이 급락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개 국적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는 15일 발표할 예정인 1분기 실적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진칼은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29.96%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한진칼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재계의 관심은 한진칼의 자금 조달 방법이다.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4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3자 연합이 최근 지분율을 42.79%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라 지분율 경쟁을 가져올 한진칼 유상증자보다는 한진칼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동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을 맡기면 담보가치가 충분해 대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계획대로 대한항공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악화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 임원은 월 급여의 최대 50%를 반납키로 했으며, 직원 70%가량이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휴업을 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회사 소유의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지난달 17일부터 최대 15%까지 할인 가능한 선불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각 부문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